영거리 과정 - 분해된 정상상태
L개의 자리로 이루어진 1차원 격자 위에 N개의 입자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고 합시다. 입자의 밀도 ρ는 N / L이겠죠. 각 입자는 일정한 비율로 오른쪽 자리로 뛰는데(hop) 그 비율은 원래 있던 자리에 있었던 입자의 개수에만 의존한다고 합시다. 이걸 영거리 과정(zero range process; ZRP)이라고 합니다. 격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그래프 위에서도 정의될 수 있고, 오른쪽 자리로만 뛰는 게 아니라 연결된 모든 자리로 뛸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이름이 '영거리'인 이유는 거리가 0인 입자들(즉 같은 자리에 있는 입자들)끼리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영거리'이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풀 수 있다는 게 이 모형의 장점입니다. 이제 수식을 볼까요. 2005년에 <저널 오브 피직스 에이>에 실린 에반스(M.R. Evans)와 해니(T. Hanney)의 리뷰 논문을 참고했습니다. N개의 입자가 L개의 자리에 분포해 있을 때, 각 자리에 몇 개의 입자가 있는지를 나열하면 그 시스템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지겠죠. 이 상태를 배열(configuration)이라고도 합니다. l번째 자리에 nl개의 입자가 있다면,
\(\{n_l\}=n_1,n_2,\cdots,n_L\)
으로 나타냅니다. 시스템이 이 배열로 있을 확률을 다음처럼 인수분해된(factorized) 상태로 써봅시다.
\(P(\{n_l\})=Z_{L,N}^{-1}\prod_{l=1}^L f(n_l),\ Z_{L,N}=\sum_{\{n_l\}}\prod_{l=1}^L f(n_l)\delta\left(\sum_{l=1}^Ln_l-N\right)\)
인수분해되었다는 건 각 자리에 관한 정보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말이고 그래서 더욱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인수분해가 가능하다고 하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영거리' 과정이라는 말에 이미 인수분해가 가능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면 의아해할 필요가 없지만, '영거리'라고 하더라도 입자들의 이동에 의해 모종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서 위의 확률이 좀더 복잡한 모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 의아해할 수는 있겠지요.
위에서 함수 f(nl)은 자리 l에 nl개의 입자가 있을 확률에 비례하는 어떤 양입니다.
\(f(n)=\prod_{i=1}^n u(i)^{-1}\textrm{ for } n>0,\ f(0)=1\)
여기서 u는 뜀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