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수송 연결망(optimal transport network)

수학노트
둘러보기로 가기 검색하러 가기

오늘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 내용을 정리합니다. 올해 1월에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실린 논문인데, 제목은 "Fluctuations and Redundancy in Optimal Transport Networks"(최적 수송 연결망에서 요동과 중복)입니다. 나뭇잎의 잎맥이나 동물의 혈관, 강줄기 따위에서 물이나 피가 수송되는데 최적화된 연결 구조로는 가지(tree) 구조가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가지 구조에서 연결망의 두 지점을 잇는 경로가 유일한데, 이러면 연결망 어딘가가 막힌다면 수송이 제대로 안되겠죠. 그래서 또한 두 지점을 잇는 경로가 여러 가지인 경우, 즉 중복된 경로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중복된 경로는 곧 고리(loop)가 있는 연결망을 뜻합니다.

'최적'이라는 건 어떤 주어진 조건을 전제합니다. 여기서는 연결망을 구성하는데 드는 비용이나 자원이 제약 조건이 됩니다. 간단히 노드가 N개인 2차원 사각 격자를 생각해봅시다. 각 노드 k에 외부로부터 전류 ik가 투입된다고 합니다. 각 노드에 전류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나오기도 합니다. 이 시스템에 들어가는 전류의 양과 나오는 전류의 양이 같다고 가정합니다.

\(\sum_k i_k=0,\ \{i\}=(i_1,\cdots,i_N)\)

노드 k와 l을 잇는 링크 kl의 전도율(conductance)을 κkl로 씁시다. 각 노드에는 전위 u가 주어지며 이웃한 노드와의 전위차에 의한 전류와 외부 전류가 평형(즉 키르히호프 법칙)을 이루는 조건을 생각합니다.

\(i_k=\sum_l\kappa_{kl}[u_k(\{i\})-u_l(\{i\})]\)

외부 전류와 전도율이 주어졌다고 가정하면 u들을 구할 수 있고 또한 이로부터 링크 kl에 흐르는 전류 Ikl도 얻어지겠죠. 이제 제약 조건을 봅시다. 연결망의 모든 전도율의 합이 제약 조건입니다. 전도가 잘 되도록 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그냥 더하지 않고 γ 제곱을 해서 더합니다.

\(\sum_{kl}\kappa_{kl}^\gamma=K^\gamma\)

K는 조절변수입니다. γ는 시스템의 특성에 따른 변수라고 합니다. 여튼 K가 고정되어 있다면 γ에 따라 전도율을 분배하는 방법이 달라지겠죠. 이게 핵심인데 나중에 얘기하겠습니다.

그럼 목적함수는 뭐냐... 전류가 흐르면 저항에 의해 열손실이 생기는데 이걸 최소화하겠다는 겁니다.

\(J=\sum_{kl}\frac{I_{kl}^2}{\kappa_{kl}}\)

외부 전류 {i}는 확률밀도 ρ({i})로부터 랜덤하게 정해진다고 합시다. 특정한 {i}에서 발생하는 열손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J(\{i\})=\sum_{kl}\frac{I_{kl}^2(\{i\})}{\kappa_{kl}}\)

가능한 모든 {i}에 대해 평균해주면,

\(\langle J\rangle=\int J(\{i\})\rho(\{i\})d\{i\}\)

입니다. 라그랑지 곱수 방법을 이용하여 목적함수를 다음처럼 씁니다.

\(\Xi=\langle J\rangle-\lambda\sum_{kl}\kappa_{kl}^\gamma\)

양변을 κkl로 미분하여 0이 되는 조건을 찾아서 솰라솰라 잘 정리해주면 다음 결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kappa_{kl}=\frac{\langle I_{kl}^2\rangle^{1/(1+\gamma)}}{ (\sum_{mn}\langle I_{mn}^2\rangle^{\gamma/(1+\gamma)})^{1/\gamma} }K\)

제가 계산해보니 상수도 하나 빠져 있고 괄호 안의 부호도 다른 것 같지만;;; 식의 형태는 맞습니다. 그런데 좀 치명적인 문제는 전류 Ikl은 전도율 κkl에 의존하는데 Ξ를 전도율로 미분할 때 전류는 상수로 가정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논문에서도 이 식을 수치적으로 되풀이(iterate)해서 최종 결과를 얻습니다. 이 식을 보면 K의 절대적인 값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도 γ에 따라 전도율의 분포가 어떻게 될 거냐가 중요해집니다. 또한 전류 그 자체보다 전류의 제곱의 앙상블 평균, 즉 요동(fluctuation)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논문 제목에 '요동'이 포함된 이유겠죠.

정리하면, 외부 전류의 집합이 확률변수로 주어질 때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최적 연결망의 전도율 집합을 찾는 문제입니다. 열손실의 정의에 포함된 각 링크에 흐르는 전류는 외부 전류와 전도율로부터 얻어집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풀리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제 γ의 효과를 보겠습니다. 2차원 사각 격자의 한쪽 모퉁이 노드에서만 외부 전류가 음수, 즉 전류가 시스템 밖으로 빠져나가고(이 노드를 수채(sink)라고 합시다), 나머지 모든 노드에서 균일한 분포의 전류가 양수, 즉 외부로부터 전류가 흘러들어온다고 합시다(이 노드들은 샘(source)이라고 합시다).

γ가 1보다 매우 작은 경우, 전도율은 수채에 가까울수록 커집니다. 수채에서 먼 샘 노드들로부터 전류가 흘러오다가 모이기 때문에 수채에 가까운 링크일수록 전도율을 높게 해줘야 '최적'이 됩니다. 또한 이 때에는 전도율이 0인 링크들이 존재하는데 그 링크로는 전류가 흐르지 않습니다. 이런 링크가 꽤 많아서 전체적으로 가지 모양의 구조가 나타납니다.

반대로 γ가 1보다 큰 경우 여전히 수채에 가까운 링크의 전도율이 높은 경향은 분명하지만 수채로부터의 거리에 따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링크의 전도율이 0보다 크기 때문에 고리가 매우 많은 구조가 나타납니다. 중간 γ에서는 전체적으로는 가지 모양이지만 고리가 존재하는 형태를 띄고요. 이런 결과를 정량화해서 보이기 위해 고리의 밀도와 한 노드에서 다른 노드로 이어지는 경로 개수의 분포 등을 정의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왜 γ가 이런 역할을 하는 걸까요. 제약 조건을 다시 봅시다. K는 고정인데 γ가 클수록, 전도율이 대부분 작은 값이라고 하면, 이 전도율들이 비슷해집니다. 전도율들이 비슷해지면 샘 노드로 유입된 전류가 특정한 경로로만 가는 것보다 다양한 경로를 골고루 경유하여 수채로 가는 게 편해집니다. 물론 역으로도 생각하면 경로가 중복된 시스템일수록 γ가 크다고 추론할 수 있겠죠.

반대로 γ가 작아지면, 역시 전도율 대부분이 작은 값일 때, 전도율들의 차이가 벌어집니다. 샘 노드에 유입된 전류가 다양한 경로를 통하기보다는 전도율이 가장 높은 쪽을 선호할테고 그러다보면 경로가 중복되지 않고 유일해지며, 이는 곧 가지 구조가 나타나게 합니다. 이 역시 역으로 생각하면, 경로가 중복되지 않는 시스템일수록 γ가 작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수식과 방법은 복잡해보여도, 그 원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내용이었고 발표자 덕분에 새로운 걸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