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더미 사태분포의 여러겹 쪽거리 분석
모래더미 모형에서 사태를 기술하는 여러 양들의 분포가 거듭제곱 꼴을 따른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가장 표준적인 모형인 2차원 BTW 모형에 대해서조차 아직 정확한 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 시늉내기 결과에 대한 해석도 분분합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2차원 BTW 모형의 경우 사태의 분포가 단순한 눈금잡기 형태가 아니라 여러 눈금잡기 행동이 섞여 있는, 즉 여러겹 쪽거리(multifractal) 성질을 보인다는 겁니다.
통계물리의 보편성 분류는 하나의 분류에 포함된 모형들이 모두 같은 임계지수로 기술된다는 건데요, 즉 임계지수가 정의되면 그 값은 1개만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2차원 이징 모형 분류의 임계지수 β는 1/8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눈금잡기 행동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건 그렇게 하나의 값만을 갖는 임계지수로 보편성 분류를 나눌 수 없다는 걸 뜻합니다. 이를테면 하나의 시스템에 β가 0.1부터 0.3까지 연속적인 값을 갖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럼 1999년에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실린 테발디 등의 논문을 참고하여 얘기해보겠습니다. 시스템의 크기가 L인 2차원 격자 위에서 일어난 사태의 질량(avalanche mass = the number of topplings; 무너진 횟수)을 s라고 하고 이들의 분포를 P(s,L)이라고 합시다. 만일 단순한 눈금잡기로 기술된다면 다음처럼 두 개의 임계지수만을 이용하여 쓸 수 있습니다.
\(<math>P(s,L)\sim s^{-\tau}F(s/L^D),\ F(x)\sim \left\{\begin{array}{ll}const. & \textrm{if } x\ll 1\\ x^{\tau} & \textrm{if } x\gg 1\end{array}\right.\)
여기서 F는 시스템의 크기가 유한하기 때문에 생긴 절단(cutoff)을 의미하며, LD는 s의 최대값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분포를 이용하여 s의 q 제곱 모멘트를 구할 수 있습니다.
\(\langle s^q\rangle = \int_{s_0}^{L^D} ds s^q P(s,L)\sim L^{\sigma(q)},\ \sigma(q)= \left\{\begin{array}{ll}D(q+1-\tau) & \textrm{if } q+1>\tau \\ 0 & \textrm{if } q+1<\tau\end{array}\right.\)
이제 여러겹 쪽거리 분석을 해봅시다. 앞 글에서 정의한 α와 f(α)와 부호가 다를 수는 있는데, 다음처럼 써봅시다.
\(s\sim L^\alpha,\ P(s,L)\sim L^{f(\alpha)}\)
우선 α가 D보다 크다면 최대값보다 큰 사태질량을 뜻하므로 그런 사태가 나타날 확률은 0이라고 해야겠죠. 즉 f(α)는 음의 무한대입니다. 이제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위에서 F는 상수로 볼 수 있고 f(α)는 -ατ가 됩니다.
실제로 α를 변화시키면서 f(α)를 재보고 그게 위 그림의 빨간 선처럼 깔끔하게 나오면 단순한 눈금잡기(simple scaling)라고 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파란 선의 경우) 여러겹 쪽거리 성질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 논문에서는 사태의 넓이, 즉 무너지기가 일어난 자리의 개수의 분포는 단순한 눈금잡기로 볼 수 있지만(빨간 선 모양), 사태질량의 분포는 단순한 눈금잡기로 설명되지 않고 여러겹 쪽거리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파란 선 모양).
위 그림의 파란 선에서 α가 D에 가까워질수록 f(α)는 빨간 선에 비해 더 빨리 줄어듭니다. 즉 사태의 질량이 커질수록 그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단순한 눈금잡기에 비해) 더 빨리 줄어듭니다. 여기서 '더 빨리'라는 말이 f(α)의 비선형을 의미하는데 이는 또한 이 분포에 대해서는 두 개의 임계지수(D, 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게 뭔지는... 논문에 나와있던가, 아닌가 모르겠네요. 쨌든 이게 여러겹 쪽거리가 뭐하자는 건지에 대해 하나의 힌트를 줍니다.
참고로, BTW 모형에서 무너지기 규칙에 확률적인 요소가 도입된 만나(Manna) 모형은 질량에 대해서도 단순한 눈금잡기가 관찰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모형들의 보편성 분류에 대한 논의는 단순하게 얘기할 수 없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