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진 연속 대칭

수학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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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영어로 하자면, spontaneous breakdown of continuous symmetry입니다. 사실 원래 영어였고 이를 한글로 옮기면서 낱말의 순서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여튼 하나씩 보겠습니다.

피타고라스님 블로그에서 본 정의(?)가 문득 떠오르는데요, 대칭이란 "변화 속의 불변"이라고 합니다. 특히 통계물리의 스핀 모형에서는 각 스핀의 방향에 따라 시스템의 에너지가 얻어지는데, 스핀들을 모두 똑같이 변화시켜도 에너지가 그대로인 경우가 생깁니다. 이렇게 스핀의 방향을 '변화'시켜도 에너지가 '불변'일 때 이 성질을 '대칭'이라고 표현합니다.

+1 또는 -1 중 하나의 값만을 갖는 이징 모형은 Z2 대칭이 있다고 합니다. XY 모형의 스핀들은 나침반의 바늘처럼 0부터 2π 사이의 값을 가질 수 있는데요, 여기서는 각 스핀을 모두 같은 각도만큼 변화시켜도 에너지가 불변입니다. 여기서 '각도'는 연속적인 양이므로 이 경우는 '연속 대칭'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만일 XY 모형의 스핀들에 일정한 방향의 외부 자기장을 걸어준다면 자기장의 방향으로 스핀들이 회전하려고 할 겁니다. 여기서는 스핀의 각도를 모두 같은 양만큼 변화시키면 에너지가 달라지므로 앞서 말한 대칭이 깨졌다(breakdown)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외부 장 없이도 대칭이 깨질 수 있느냐...하면 그렇다는 거죠. 스핀들은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고자 하는 강자성 상호작용(ferromagnetic interaction)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열적 요동에 의해 방해받지만 않는다면, 스핀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될 겁니다(질서 상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즉 외부 장이 가해지지 않았는데도), 지들이 알아서 특정한 방향을 향해 정렬했으므로 이를 스스로 깨짐(자발적 붕괴)이라고 합니다. 이게 상전이를 설명하는 방식이죠.

Z2 대칭이 있는 이징 모형의 란다우 자유에너지 V(m)은 아래 그림처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m은 자기화로 질서변수(order parameter)라고 부르죠.

왼쪽은 온도가 높을 때의 무질서 상태인데 스핀들이 제멋대로이므로 그 스핀들의 평균인 m은 0이 되겠죠. 즉 V(m)을 최소화하는 m은 0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위 오른쪽 그림은 온도가 낮을 때의 질서 상태이므로 V(m)을 최소화하는 m은 0이 아닌 값을 가지며 그런 m은 단 두 개입니다. V의 최소점을 편의상 '에너지 바닥'으로 부르겠습니다.

연속 대칭이 있는 모형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요, 각 스핀은 2차원 벡터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자기화 역시 2차원 벡터로 표현됩니다. (S1,S2)로 쓰겠습니다. 아래 왼쪽 그림은 온도가 높을 때의 무질서 상태입니다. 이징 모형의 무질서 상태와 크게 달라보이는 건 없죠.

그런데 위 오른쪽 그림의 질서 상태는 이징 모형의 질서 상태와는 매우 다릅니다. 이징 모형에서 V(m)을 최소화하는 m은 단 2개였습니다. 하지만 연속 대칭이 있는 경우 V(S)를 최소화하는 (S1,S2)는 무수히 많습니다. 게다가 이징 모형에서는 한 에너지 바닥에서 다른 에너지 바닥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m=0에 있는 에너지 장벽을 넘어야 하지만, 연속 대칭이 있는 모형에서는 에너지 바닥이 원 모양으로 이어져 있어서 한 에너지 바닥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에너지 바닥으로 가는데 아무런 걸림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 바닥을 돌아다니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은 0입니다.

이렇게 연속 대칭은 Z2 대칭과는 매우 다른 성질을 보여주는데요, 그래서 이로 인해 어떤 결과들이 나타나는가를 살펴보는 건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